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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벗시선80] 박필상 동시조집 - 깨금발 모둠발
    · 고객선호도 :
    · 출판사 : 도서출판 글벗
    · 글쓴이 : 시조시인 박필상
    · 원제:깨금발 모둠발
    · 출간일:2018.06.30
    · 페이지:110쪽
    · 출고예상일:주문 후 3일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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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깨금발로 빚은 동심, 모둠발로 모은 행복

 

최 봉 희(시조시인, 글벗 편집주간)

시조의 멋은 가락에 있다. 그 가락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하고 마치 강물이 흐르듯이 유창해야 한다. 작위적인 억지가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오롯이 우리 가락을 살려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새말을 빚어야 한다.  

시조를 잘 쓴다는 것은 가락을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대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 민족의 정서는 시조를 통해서 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마땅하다.

여기 맑고 순수한 동심을 살려서 시조를 쓰는 열정적인 시조시인이 있다. 2015년 첫 번째 동시집 숲속의 아침을 발표한 후에 3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깨금발 모둠발을 발표했다. 등단 후 36년 동안 6권의 시조집과 2권의 동시조집을 낸 것이다.

작가는 6·25 전쟁 중에 태어나 모든 것이 어렵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물질적으로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았던 시골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마음만은 참 따뜻하고 너그러우며 인정이 넘쳤던 것 같다. 그의 동시조를 읽다보면 주제나 소재 중에 어린시절의 추억이나 상상들이 많이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콘크리트 벽에 갇혀 날마다 경쟁하듯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동심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참 많다. 어쩌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자 이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목소리로 들린다.

꽉 짜인 일과 속에 어깨 축 늘인 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전전하며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 요즈음 아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들에게 새삼스럽지만 진정한 동심을 불어넣고 싶은 것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흙냄새를 맡으며 여름이면 시냇물에서 송사리를 잡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산에서 토끼몰이도 하던 그 추억을 말하고픈 것이다.

물론 작가의 말처럼 동시조를 꼭 어린이들만 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는다면 더욱 좋을 듯싶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답답할 때 어린 시절의 작은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들, 그리고 그 순수한 마음속에 나를 돌아보는 치유의 시간,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공감한다면 이는 또 다른 세대 간의 소통이 되리라 생각한다.

 

박필상 시조시인은 행복한 시인이다. 남달리 창작의 열정이 넘치는 분이다. 아니, 늘 보물을 캐는 심정으로 시조에 대한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상을 펼치고 있다. 웃음과 눈물, 순수한 동심을 통해 깨달음을 주는 심상,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추억을 되새김질 하게하는 시조시인이다.

박필상 시조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은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교과서에 실린 동시조 <바다>라는 작품이다.

동시조 <바다>에서 바다를 엄마와 아빠로 비유하고 있다. 바다는 엄마가 되어 포근히 자연을 품고 다독거리는가 하면, 아빠가 되어서 아침 해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배도 갈매기 떼도 둥실둥실 띄우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표현한다.

 

바다는 엄마처럼

가슴이 넓습니다

온갖 물고기와

조개들을 품에 안고

파도가

칭얼거려도

다독다독 달랩니다

 

바다는 아빠처럼

못하는 게 없습니다

시뻘건 아침 해를

번쩍 들어 올리시고

배들도

갈매기 떼도

둥실둥실 띄웁니다

- 시집눈물보다 하얀꽃<바다> 전문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쩌면 박필상 시조시인이 우리 시조문학계에서 바다로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속적인 창작 활동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문학강연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 동시조는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의 시집 첫머리에 실린 작품에 그의 뚜렷한 시 관념을 볼 수 있다.

깨금발로 건너갈까

모둠발로 건너갈까

동구 밖 시냇물에

놓여있는 징검다리

아니야

흰 구름처럼

낮달처럼 건너야지

 

날마다 땀에 젖어

지치고 힘들어도

고운친구 미운친구

모두 다 반겨 맞는

내 마음

푸른 물속에

놓아보는 징검다리

- 동시조 <징검다리> 전문

 

박필상 시인은 인생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시냇물을 건널 때 징검다리가 되어 흰 구름처럼 욕심없다. 낮달처럼 있는 그대로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존재인 것이다. 때로는 고운 친구도 되고 미운 친구를 반겨 맞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일회적이고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과 자연의 순환을 통해 영구히 지속되는 삶은 때로는 깨금발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모둠발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 인생의 삶 속에는 항상 아기 같은 순수를 담고 싶어한다.

 

세상의 아기들은

모두 다 하얀 천사

해맑은 눈동자에

푸른 하늘 고여 있어

누구를

미워하는 맘

욕심 따윈 없습니다

 

내 첫돌 사진에도

천사 모습 보이는데

화내고 질투하고

거짓말도 가끔 하고

어쩌다

마음의 때가

덕지덕지 꼈을까요?

- 동시조 <아기> 전문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욕심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무한경쟁의 삶을 살면서 결국은 미움과 질투라는 마음의 때가 덕지덕지 꼈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일까? 시인은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처럼 천사가 되고 싶고 변하지 않는 굳건한 돌이 되고 싶고, 바위를 닮고 싶어 한다.

큰 바위 앞에 서면

바위를 닮고 싶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 그냥 서서

언제나

변함이 없는

바위를 닮고 싶다

 

큰 바위 앞에 서면

바위가 되고 싶다

가슴에 금이 가도

이끼로 상처 덮고

아무도

탓하지 않는

바위가 되고 싶다

- 동시조 <바위> 전문

 

역사의 함성소리

똑똑히 들립니다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왜구의

총칼 앞에서

바위처럼 지킨 충절

- 동시조 <동래성>의 일부

 

박필상 시조시인은 바위처럼 변함이 없고 아무도 탓하지 않는 돌처럼 바위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쉽고 친숙하며 함축적인 시어를 통해 자연 속에서 얻는 마음의 위로와 욕심 없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자연에서 혹은 동심에서 체득하고 있다.

 

돌도 눈이 있을 거야

자기만 볼 수 있는

밝음도 어두움도

뚜렷하게 다 보지만

말로서

말 많을까봐

입을 열지 않을 거야

 

돌도 귀가 있을 거야

자기만 알아듣는

기쁜 소식 슬픈 얘기

빠짐없이 다 듣지만

말로서

말 커질까봐

입 다물고 있을 거야

- 동시조 <> 전문

 

사람의 말은 간사하다. 말에는 참말과 거짓말이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은 흔히 시시비비에 열중하곤 한다. 말없는 바위와 돌은 묵직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변함없이 영속한다. 시인은 이해와 명리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 질서와 순리에 따라 묵묵히 살아가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자연 속에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행위가 마음의 꽃밭에 꽃씨를 심으면, 나비와 꿀벌, 그리고 나무가 자라나고 새들도 노래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나면, 나비가 되어 평안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온 세상이 깨금발이 아닌 모둠발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마음의 꽃밭은 도대체 무엇일까?

 

마음의 꽃밭에다

꽃씨를 심어보렴

예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면

나비가

춤을 출 거야

꿀벌들도 날아오고

 

마음의 정원에다

솔씨를 심어보렴

푸르고 우람하게

나무들이 자라나면

새들이

둥지를 틀고

다람쥐가 뛰놀 거야

- 동시조 <마음가꾸기> 전문

아빠가 가꿔 놓은 사랑의 꽃밭에서

향기롭고 탐스러운 꽃들이 피었구나.

아가야 꽃잎 품속의 나비처럼 잘 자거라.

- 동시조 <자장가> 일부

 

새봄이 돌아오면

메마른 마음밭에

묻혀있던 내 꿈이

파릇파릇 싹이 트고

늘 푸른

나무로 자라

우뚝하게 설 것 같다.

- 동시조 <봄이 오면> 일부

 

그것은 계절로 얘기하면 봄이다. 메마른 대지에 파릇파릇 싹이 트듯이 사랑의 씨앗, 배려의 씨앗을 뿌리게 되면, 마침내 아름다운 꽃밭이고 꿈이 자라나는 배려의 꽃밭이 되는 것이다.

박필상 시조시인은 세상사는 법, 세상을 건너는 법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 깨끗한 마음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마침내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성장하는 아름다운 꽃동산,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엄마가 토닥토닥

아기를 잠재우듯

따뜻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토닥이면

지구촌

어느 곳이나

웃음꽃이 필 거야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아 서툴러도

깨끗한 그 손으로

무엇이든 토닥이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꽃동산이 될 거야

- 동시조 <토닥토닥> 전문

 

다시 한 번, 박필상 시조시인의 여덟 번째 시조집이자 두 번째 동시조집 <깨금발 모둠발>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부디 시인의 소망처럼 시조를 통해 메마른 땅을 일궈 척박한 삶을 갈아놓고 씨앗을 뿌린 그 오롯한 꿈이 자라 동심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이 실현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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