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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벗수필45] 안유빈 수필집(4) - 햇살 가득히
    · 고객선호도 :
    · 출판사 : 도서출판 글벗
    · 글쓴이 : 안유빈
    · 원제:햇살가득히
    · 출간일:2017.02.20
    · 페이지:314
    · 출고예상일:주문후 3일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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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빈 일기집(4) 햇살 가득히

책을 엮으면서

팔순을 넘기면서 집안을 갈무리 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재도구며 옷가지 등을 뒤스를 때마다 추려냈어도 이번에 갈무리하는 일은 전에 하던 일과는 다르다, 저희들끼리 살 때 꼭 필요한 것만 추려내는 일이다, 여러 날을 뒤적거릴 때 까맣게 잊고 있던 손녀딸의 일기집이 발견 됐다. 꽤나 큰 뭉치였다 .무척 반가웠다. 녀석이 유치원 때부터 10년 동안 썼던 일기다.

철자법도 안 맞는 삐뚤빼뚤 그림일기서부터 철자법을 익혀나가는 과정이며 인형같이 앙증스럽던 영상이 스크린처럼 펼쳐졌다. 모두 104권이였다. 난 밤낮으로 며칠을 읽었다. 어떤 날에 쓴 일기는 동화 같은 생각이 그려져 있고, 좀 자라서 쓴 내용은 수필이 될 만한 내용도 있었다. 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할머니와의 반려생활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우등상은 타지 못했어도 글짓기상이며 일기상, 과제상 등의 여러 가지 상을 30여회 타 올 때마다 할미를 기쁘게 해줬던 일이며 사춘기 때 있었던 반란까지 그림처럼 새겨져 있었다.

두 돌 막 지나서 내 품에 안겼을 때 암담했던 일을 되새겨 본다, 아기를 처음 길러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겁먹었을까? 내 자식을 기를 때와 전혀 달랐다. 난 밤낮으로 몇날며칠을 울었다. 저 어린 것 이 벌써 불행을 겪다니! 정신을 차리고 난 결심했다. 아기를 울리지 않고 기르자. 그런데 겁먹기는 아기도 할미만큼 했다, 도통 할미 무릎에서 내려앉지를 않고 잘 때도 돌아눕지도 못하게 했다, 설거지 할 때도 곁에 와서 치마 속에 머리를 디밀고 그것도 성이 안차면 상의를 들치고 머리를 디밀어 찌찌를 더듬는다, 더운 여름에 모기장을 치고 자면 아침에 모기장도 못 걷게 한다, 모기장 속에 할미를 눕혀놓고 어미가 놓고 간 화장품을 가져다가 할미 얼굴에 찍어 바르고 눈썹이며 루즈까지 그려대면 내 화상은 광대였다.

난 녀석이 앉으라면 앉고 서 하면 섰다, 한여름 더위에 커다란 고무 통에 물을 담고 물장난을 치고 놀게 하면 고무통 속으로 할미도 들어오란다, 나는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심지여는 할미가 화장실에 가면 거기까지 쫓아와서 나는 변기에 앉고 녀석은 내 무릎에 올라앉으니. 목욕탕에 갈 때도 제 친구 한명을 더 데리고 가서 난 두 아이를 씻겨야했다. 난 늘 선생님! 선생님!” 하고 네네하면서 복종 했다, 그리고 어느덧 훌쩍 커서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는 키가 할미보다 더 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법 의젓해지는가 싶더니 조금 후에 사춘기 반란이 오더니 사사건건 어른인척 하면서 할머니가 하는 것은 다 틀렸다고 하면서 설거지할 때 왜 세재를 아끼느냐, 외출 할 때는 내 얼굴을 드려다 보면서 눈곱 있나, 코털 보이나, 화장실 다녀왔나 까지 일일이 체크한다. 그리고 제법 엄중하게 정색을 하면서 할머니 다리 아프다는 핑계로 무단횡단 하지마라, 멀리 갈 때는 안전벨트 매라는 등 오히려 이제는 내가 녀석 앞에 어린애가 된 것처럼 기대고 산다.

글이란 읽혀야 글인데 예부터 남의 일기는 봐서는 안 되는 글이라지만 이 일기는 성장과정이 그려진 기록에 가까워서 책으로 엮어서 본인도 손쉽게 가금씩 읽어보도록 출판을 하게 됐다. 독자는 바로 본인이다. 해서 문학작품과 달리 문장 수정을 불허했다. 문장은 고사하고 글자 한자까지 가감 없도록 출판사에 부탁했다. 본인의 목소리, 몸짓, 생각 또는 그만의 정서를 돌아볼 수 있고, 성장과정은 물론이고 가족사며 때로는 시대사까지 펼쳐 볼 수 있기에 여타의 가감은 없이 했으며 본인(저자)이 먼 훗날에 나이 들고 철든 후에 원본을 열어보고, 삐뚤빼뚤 써나간 글씨와 그림 표현까지 펼쳐볼 때 더 깊은 감흥이 올 것으로 믿는다. 그림일기 중에 유치원 때 혼난 날표현은 할머니 손톱을 삼각으로 뾰족하게 그리고, 머리에 도깨비 뿔을 그렸다. 반면에 빈집에서 할머니가 그리울 때는 본인의 얼굴을 크게 그리고 검은 눈물을 죽죽 그리고 본인의 머리 윗부분에 하트를 그리고 하트 안에다 할머니 얼굴을 그려 놓은 것이며 발상과 표현이 어린 날의 정서가 아니면 상상이 안 가리만큼 귀여웠다. 성장과정의 그림이 선명하고 곳곳에 배여 있는 착하고 예쁜 심성이 있고 인정 있는 따뜻함까지 있어서 앞으로 평생 동안 내내 아름다움을 이어가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지러운 퍼즐 맞추기처럼 두서없는 글을 편집해서 책이 나오도록 수고해 주신 글벗 최봉희 선생님과 도서출판 글벗 전 직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 저자 안유빈 할머니 씀

작가의 말

 

유년기 때 난 우리 집이 꽤나 부자인줄 알았다. 우선 우리 집이 우리 블록에서 제일 크고 좋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골고루 쌓여 있었고 간식도 늘 대여섯 가지씩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호텔로 들어가는 4kg들이 한통씩 냉동실에 늘 있었으니 어린 소견에 더 바랄게 없었다. 우리 집에는 친구들이 늘 들끓었다. 어떤 친구는 남매가 2,3일씩 먹고 자고 집에 안가는 친구도 있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다섯 명이든 여섯 명이든 밥해 먹이고 떡볶이 해먹이면 설거지가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도 나하고 놀아주는 친구들까지 다 예뻐하셨다.

할머니는 우리 동네에서 내 또래 아이들 8명에게 글짓기를 가르치셨다. 여름이면 주말마다 그 얘들을 다 데리고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으로 가셨다. 그때는 지금처럼 조개구이니 노래방이니 하는 유락시설이 전혀 없어서 조용하고 깨끗했다. 2k쯤 되는 백사장이며 아득한 수평선까지 절경이었다. 할머니는 내 피부가 탈까봐 망토를 준비하시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소꿉놀이 장난감이며 먹거리까지 한 짐 짊어지고 가신다. 거기서 우리들은 모래사장에 소꿉놀이를 차리고 모래로 집을 짓고 놀았다. 그리고 모래사장에 철썩거리는 파도에 발 담그고 첨벙거리며 빽빽 소리 지르며 뛰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할 때쯤에 집에 올 때는 버스 타는 곳까지는 좀 멀었다. 할머니는 우리들이 걷는데 지루할까봐 학교 서생님처럼 맨 앞에 서서 구령을 하신다. ‘오리!’ 하면 우리들은 꽥꽥하며 받아서 큰소리로 소리 지른다. 이어서 참새 짹짹, 비둘기 구구, 고양이 야옹, 바둑이 멍멍, 하면서 따라간다. 얼마쯤 가다가 시원한 그늘을 만나면 쉬면서 남겨뒀던 간식을 주신다. 콜라, 초코파이, 사탕 등등을 주시는데 그때 먹던 간식은 꿀맛이다.

할머니가 그렇게 부족함 없이 키우신 탓일까? 한 번도 엄마를 그리워 해 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가 서울에 글짓기 수업 때문에 오후에 가셨다가 밤 10시 경에 오시든지 가끔씩 세미나 가실 때는 무척 보고 싶어 했다.

내가 유년기 때 우리 집이 극도로 어려운 터널을 지날 때였음을 철없던 나는 전혀 몰랐었다. 할머니는 은행 부채에 시달렸고, 집은 팔리지 않고 생활비까지 걱정이 태산 같으셨을 터이지만 난 철이 없어 몰랐었다, 결국엔 집이 경매에 없어지고 큰아빠는 지병으로 세상을 뜨고, 아빠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세관 업무를 봤는데 뭐라고 설명 할 수 없다. 그 참담한 생활 중에도 나를 그토록 극진한 사랑으로 키우신 노고를 말로 다 할 수 없다.

할머니, 생각만 하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고 뜨거워진다. 사춘기 때 할머니에게 심술피고 반항했던 일을 크게 뉘우친다. 내 일기를 책으로 엮어 주셨는데 살아가면서 등불처럼 받쳐 들고 자주 읽으면서 할머니 사랑과 노고에 오래오래 감사한 마음으로 읍하며 살 것을 다짐한다.

- 2016년 여름에 싱가폴에서 저자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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